코워킹 스페이스 도장깨기

 그동안 어쩌다 보니 노마드 마냥 서울과 부산을 떠돌아다녔다. 장소를 바꿔가면서 여기저기서 이것저것 해보니 개복치같은 나의 작업 성향이 확실히 정리가 된다. 대충 어떻냐면.
  • 집에서는 작업이 안된다. (국룰)
  • 도서관, 스벅처럼 불특정 다수가 오가면 작업이 안된다. (잘 되는 사람 신기하다)
  • 그치만 혼자 있는 것보다는 누가 조금은 오가는 곳에서 집중이 잘 된다.
  • 개복치라서 빛과 소음에 남들보다 민감하다.
어쨌거나 그런고로 장소를 옮겨서 주 나와바리인 서울 서북권에서 코워킹 스페이스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쓸디하는 사람들은 결국에는 거대한 PC 본체를 둘 베이스캠프가 필요하다. 맥북? 노트북? ㅋㅋㅋ.....다 거대 본체와 원격으로 연결하기 위한 도구일뿐...크롬 원격? 팀뷰어? 쓰리디하는 애들은 그냥 파섹써야한다 

예전에는 작업실을 오래 쉐어하기도 했었는데 이번엔 코워킹 스페이스 문화도 경험해보고 싶었듬. 그러다 괜찮으면 본체까지 두고 다닐 생각으로. 그치만 의외로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위워크, 스파크플러스같은 대형 브랜드에는 1일권이 없고. 그러니 기록을 남겨야지. 레인보우큐브, 스페이스클라우드를 많이 참고했다.

프로토콜 연희

 그 유명한 바로 그 곳... 작업하려고 웨이팅 걸고 들어가는 카페ㅎ 당연히 입주는 못할거고 분위기가 궁금해서 가보았다. 연희점은 처음 가봤고, 분명 각자 조용히 작업하는 분위기로 이름이 알려졌다 들었다. 추구미가 그러했다고. 그래서 맥북에 헤드폰쓰는 분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그렇지 않았고...(응 나도 안써 히히) 평일인데도 웨이팅 걸었고, 생각보다 소란스러웠다. 물론 상수점도 작업실보다는 커피 쇼룸 느낌이 강했었지만.
작업보단 힙쟁이 칭구들의 명소가 되었다는 느낌. 캠코더(wow!)로 서로를 열심히 찍는 손님들 옆자리에 있다보니 집중이 안돼서 주변을 둘러보니 더더욱 그러했다. 매장에서 틀어주는 BGM도 고요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분명 예전 인터뷰에는 일부러 가사가 없는 BGM을 튼다고 했었는데...? 의자도 예쁘지만 불편했고. 아무래도 이제 '고요한 작업실'을 추구하는 곳은 아니게 된 것 같다. 노이즈 캔슬링을 켜도 소란스러움이 잘 차단되지 않았다. 집중해야 하는 일보다는 귀찮아서 미뤄뒀던 잡일만 처리하다가 나왔듬.

에브리 코너 바이트

 여기는 코워킹 스페이스는 아니지만 의외의 작업 스팟. 오래 있지는 못해도 갈 때마다 좋았어서 써봄. 힙쟁이들과 로컬 주민들 모두 좋아하는 유명 베이커리 겸 카페인데 일단 빵ㅎ이 맛있고 강아지 동반도 된다. (빵을 고를 때는 밖에다 도그파킹해야함) 바로 옆이 교회라 주말 예배시간을 피하면 꽤나 조용하다. 번화가와는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테이블이 많지도 넓지도 않지만 다들 비슷한 생각인지 갈 때마다 조별과제하러 온, 혹은 작업하러 와서 노트북을 펼쳐놓는 분들을 본다. 
아참. 취식하려면 골목길을 건너 테이블만 있는 곳으로 이동해야한다. 홍제천 근처라 돌아가는 길 산책은 필수. 같은 강쥐 반려인이시라 그런지 강아지 손님에게 종종 물도 챙겨주시는 사장님들 너므나 친절하심니다.
도그파킹된 구구. 무서워서 점눈이 돼써용

블루스프링하우스

 쓸 필요 없는 곳이지만 심심하니까 길게 써본다. 인테리어 사무소에서 직접 인테리어해서 파티룸, 코워킹 스페이스 등을 대여하는 공간인 듯. 공간대여가 나름 소소한 트렌드라 그런지 전에 일하던 곳 이웃의 인테리어 사무소도 그렇게 하더라고... 그래서 파티 소음에 시달리면서 일했던 참 좋은 추억이 떠올랐지만 그래도 오픈 특가로 체험해보고 싶었음. 오픈 홍보를 많이 하셨는데 코워킹 스페이스 후기만 거의 없어서 설마했다. 일단 네이버 예약이 되길래 예약. 예약 확정이 안됨. 전화했는데 개인번호였고 그 전화는 꺼져있음. 직접 방문해보니 그제서야 코워킹 스페이스는 전체 장기 대관중이라고 한다. 그치만 네이버 예약은 아직도 열려있다. 아마 내가 처음으로 낚인 손님일까...? ㅠ 

카페 봉맨션

 리트리버 봉구가 사장님인 카페... 명지대 바로 근처라 과제/작업하는 사람들 많으려나? 하고 갔지만 가자마자 봉구랑 노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그림 5분 그리고 봉구 90분 만졌습니다. 끝. (봉구가 순회하면서 쓰다듬기를 요구하기도 하고 테이블이 낮거나 높아서 오래 작업하기 적당한 곳은 아니다! 그냥 사장님을 보러 가자!)

피터비즈센터 연희점

  연희동이라서 가봤다. 연희는 맛집도 맛카페도 많으니까. 1층에 마트가 있는 건물의 2층이고, 교회의 로비(?!)를 지나서 들어가면 미로같은 복도와 오피스들이 나온다. 베터콜사울에서 지미가 쓰던, 네일샵을 지나야 나오는 사무실을 생각하면서 들어감. 같은 곳에서 오랫동안 유지되고 있고 주차가 1대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셨는데... 뭐부터 써야할까... 주 이용객이 나같은 사람은 아니라는게 확실한 곳이다.
우선은 - 있을건 당연히 다 있지만 책상도 의자도 노후화되어있다. 컵도, 선반도 얼룩지고 녹슬어있다. 그리고 저녁에는 꺼지는 중앙난방 시스템이다. 남아있다는 1인석의 위치도 당황스러웠는데 방으로 구분된 다인실 말고, 복도 끝의 벽에 책상 두 개를 ㄱ자로 놓고 그 중 한 개를 쓰는 자리였다. 결론은 레인보우큐브에 올라와 있는 다른 곳들보다 조건은 많이 안 좋고 가격은 아주 조금 저렴하다. 바로 옆자리 (그러니까 ㄱ자 배치이기 때문에 사실상 매우 가까이 붙어 앉아야함)에는 흥미롭게도 대부업체 사장님이 입주해계신다고 한다 ㅎ 자주 출근 안하니 상관없을거라고 하신다 ㅎ 네, 그렇군요. 그럼 이만...

프리야즈

 여기도 오픈한 지 얼마 안됐다. 성산동이라고 하지만 사실 심적으로는 연남(연트럴파크)에 더 가까운 위치. 1인 데스크도 있고 다인실도 있다. 나름 주택가라 조용하고 의자가 편하다. 의자는..... 그냥 무척 중요함! 쓸디 디자이너들아 제발 의자 신경써서 아프지 말자! 암튼 여러모로 나쁘지 않았지만 단점을 꼽자면 오피스는 3층, 화장실이 노후화되어있고 1.5층이라는 점? 
그리고 중요한 점은 전력 사용량에 많이 민감하시다는 것. 나는 원격 제어용 플러그를 사용중이라, 어플로 모니터링되는 전력 사용량을 투명하게 공유해드렸고 렌더타임때문에 모니터를 ‘켜놓고’ 자리를 비울 수 밖에 없는 쓰리디 작업 특성을 설명해드렸지만 이해 못하심. 본체가 8일간 12kwh 정도를 사용했다고 알려드렸는데 이대로라면 문제가 될거라며 예비 진상; 취급을 당했다; 여러모로 불쾌해서 결국 자리를 금방 뺐다. 데스크탑 사용자들에게는 비추.

추가. 지금은 새로운 오피스로 이동했다. 24시간 오픈에 원격 사용도 전혀 문제없다고 해주셔서 매우 기쁨! 찾아보면 나에게 맞는 곳이 분명 있다 ☺️ 이제 작업에만 집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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